눈 내리는 날

 

눈 내리는 날이면...

글 / 李 萬 俊

 

내 어릴 적

눈 내리는 날이면

동구 밖 언덕에 올라

아이들과 함께 눈썰매타고

눈 위를 뒹굴며

마냥 즐거워 끼니를 거르기도

장년(壯年)시절

눈 내리는 날이면

사랑하는 임의 손 시릴세라

꼭 감싸 잡고 따뜻한 체온에

가슴 달아올라

하얀 눈길 하염없이 걷기도한

가슴 설레고

즐겁고 낭만으로 다가오는

겨울철 눈 내리는 날 이였건만....

황혼기에 이르니

눈 내리는 날이면

먼 곳에 사는 자녀들과

손녀 손자들

미끄러운 눈길에 다칠세라

노심초사(勞心焦思)하지만

그래도

하얀 눈 덮인 세상 보노라면

아름답던 옛 추억이

파노라마를 이루며

새록새록 환희(歡喜)의 무지개로

가슴 따뜻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네